결혼 후 대학생인 남편을 따라 남아공에 갔었다. 남편이 대학을 졸업하고 시어머니의 건강 때문에 한국에 잠깐 들렀다. 남아공에서는 외국인으로 취업하기도 너무 어렵고, 어머님이 췌장암 판정을 받으셔서 먼 남아공 말고 어머님이 계신 한국으로 돌아오기로 했다. 2년 반(나는 2년 반이지만 남편은 6년) 동안의 남아공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둘이 가져올 수 있는 짐이 한정적이라 물건들을 많이 팔고, 나눠주고, 버렸다. 책상, 의자, 침대, 냉장고, 식기들.... 어머님과 아버님의 짐도 정리했다.
2달 전에 잠깐 들렀을 때는 어머님을 뵈러 오긴 했지만 놀러 나오는 느낌이었는데, 다 정리하고 밟는 한국 땅은 이제 생존해야 하는 황무지가 되었다. 가진 것 하나도 없고, 수입원도 없는 우리는 한국에 오기 전부터 막막했다.
그나마 시부모님이 지내시는 숙소에 함께 있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비 피할 지붕은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있을 수는 없으니 빨리 수입원을 만들어서 남편과 살 집을 구해야 한다.
남편은 한국에 오기 전에 한국 회사에 이력서를 넣었다. 한국에 오자마자 2군데에서 면접을 보러 다녀왔다. 다행히 모두 합격했다는 연락을 받아서 남편이 가고 싶었던 회사에 취직할 수 있었다.
나는 한국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취직할 생각이 없었고, 오히려 2세 계획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한국에 들어오기로 하면서 아무래도 한 사람의 월급으로는 생활비에 아이까지 키우기는 무리라는 판단을 했다. 한국, 거기다 수도권에 있으려면(남편 회사가 서울이다) 맞벌이가 필수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나도 일자리를 찾아봤지만, 졸업한 지도 너무 오래됐고, 전공(컴공 & 융합디자인 연계전공)과는 무관한 곳에서 일했어서 이렇다할 경력도 없다. 어디에서도 나를 받아주지 않을 것 같았다. 결국 국가에서 지원하는 취업 지원 프로그램을 찾아보기로 했다.
구글링을 하다가 부트캠프에 대해 알게 되었다. 부트텐트라는 사이트에서 나에게 맞는 부트캠프를 찾았다. 처음에는 이전 직장에서 했던 일과 그나마 연관이 있는 디자인 쪽으로 살펴봤다. 그나마 재밌어 보인 게 편집디자인이었지만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디자인만 하면 그게 최선이냐, 이건 왜 그렇게 했냐, 다시 하라는 피드백이 여전히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다 문득 대학 3학년을 마지막으로 거들떠도 안 보던 프로그래밍이 떠올랐다. 이전 직장에서 팀장님이 시켰던 홈페이지 리뉴얼이 생각났다. 힘들기는 했지만 모르는 기능을 알아내고 적용하고 결과물을 보는 게 즐거웠다. 이런 작업이 프론트엔드 개발자가 하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전에는 워드프레스에서 엘리멘터로 쉽게 작업했지만, 그래도 필요할 때는 html 코드를 직접 수정해야 할 때도 있었다. 대학 다닐 때 배웠던 지식과 고등학생 때 들었던 수업을 떠올려 보고 인터넷으로 열심히 검색해서(그때는 GPT가 나오기 전이라) 문제를 해결하면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아! 이거다!" 진짜 머리 위에 전구가 켜진 것 같았다. 곧바로 부트텐트에 프론트엔드 관련 부트캠프를 검색했다.
경기도에 살다보니 다른 지역보다는 서울에서 진행하는 것 위주로 검색했다. 서울이면서 가는 길이 너무 오래 걸리지 않았으면 했다. 하지만 괜찮아 보이는 거는 다 왕복 3시간 이상이었다. 그러다 마침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데다가 시작 날짜도 가깝고 수강생 만족도도 높고 부트캠프를 진행한 지 오래된 곳을 찾았다. 심지어 내용도 너무 재밌어 보였다. 멋쟁이사자처럼이라는 특이한 이름도 마음에 들었다. 곧바로 내일배움카드를 신청하고 멋쟁이사자처럼의 프론트엔드 부트캠프를 신청했다.
신청하면 다 되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합격을 해야 하는 거였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합격자 발표일을 기다렸다. 그 사이에 유튜브에서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사전설명회를 봤다. 프론트엔드 개발자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커졌다. 내가 하고 싶던 게 이거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합격자 발표일, 다행히 합격했다! 전화도 왔다. 사전설명회 때 듣던 목소리가 들려서 신기했다.
일 할 생각 정말 하나도 없었는데 하기로 결심한 만큼 열심히 공부하고 준비해서 최대한 빨리 취직하기로 마음먹었다. 강의도 집중해서 듣고 내용도 정리하고, 복습하고 예습하고,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한 번도 이렇게 공부해 본 적이 없었지만, 남편이 대학생활을 하는 것을 보면서 나를 많이 되돌아보게 됐다. 공부는 이렇게 하는 거였구나... 많이 배웠다. 이제 적용할 시간이다! 열심히 공부하면서 이미 알았던 거라도 눈으로만 보지 말고 직접 만들어 보고 시도해 봐야지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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